사랑의 고백소 / 예수회 지구장- 채준호(마티아) 신부

2009. 3. 27. 17:55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사랑의 고백소 

고아원을 운영하는 한 신부가 계셨습니다.
이 신부님은 고백성사를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게
들어주시는 것으로 소문난 분이었습니다.
이 고아원에 사는 아이 하나가 `어머니`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은 짧은 글을 썼습니다.

"저는 엄마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엄마란... 바로 고백성사 때 신부님이 자상한 목소리로
`괜찮아, 이제부터 잘하면 돼! 힘내! 라고 말씀하시는
바로 그 따스함 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런 의미에서 `아들에게 가장 소중한 고백소는 어머니이고,
남편에게 가장 소중한 고백소는 아내이며,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고백소는 힘든 것을 받아주는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인심이란 누군가가 힘들고 실패할 때, 가까이 다가가기보다는
멀리 떠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받아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바로 고백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는 모든이의 고백소가 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들 때, 추함이 드러날 때,
우리를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커다란 축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사랑의 고백소"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늘 머무르지 않고서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이란 어떤 때는 좁쌀 만해져서 바늘 하나도 뚫고
들어 올 수 있는 공간이 없다가도 어느 날은 바다처럼 넓어서
모든 것을 품고도 다른 것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 계속 머물고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 같습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다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사랑의 고백소`가 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