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2008. 5. 22. 16:21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작약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얼만 안 됐을 때였다.

“네 연주처럼 형편없는 연주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예 지금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니?”

어린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그 나이 때는 어떤 아이라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하느님의 말씀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는 훌륭한 연주자가 되는 꿈을 갖고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그 충격은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날, 나는 할머니가 운전하시는 차 뒷좌석에 엎드려 두 시간 내내 서럽게 울었다. 나는 흐느끼며 할머니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손으로 내 눈가를 훔치면서 말씀하셨다.

“리처드야. 너는 벌써 훌륭한 연주자야. 너는 매일 악보를 보면서 고민을 하잖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습을 하고. 우리가 보기에는 좋은 연주인데 너는 늘 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연습을 하지.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어떤 사람이 선생이 되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단다. 그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지를 알지 못해. 그런 사람이 음악을 제대로 알 리 없지. 그러니 그런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어. 내가 보기에 너는 매일 발전하고 있단다. 할머니를 믿고, 너를 믿어라.”

다행히 그때 나는 할머니의 말을 믿었다. 진심으로 나를 훌륭하다고 믿어 주셨기에 나는 그런 할머니의 믿음을 결코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믿어 주신 할머니 덕분에 나는 모든 일에 열성적으로 일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법을 배웠다.

 

(리처드 용재 오닐, ‘공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