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인지문~동묘앞 사거리

2010. 2. 10. 13:08서울 어디까지 가봤니?/서울거리 오래된 골목길

흥인지문~동묘앞 사거리

 

 

 

 

 

 

 

 

 

 

 

 

 

 

 

 

 

 

 

 

 

 

 

 

 

 

 

 

 

 

 

 

 

 

 

 

 

 

 

 

 

 

 

 

 

 

 

 

 

 

 

 

 

 

 

 

 

 

 

 

 

 

 

 

 

 

 

 

 

성장은 고통을 수반한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인터뷰할 때마다 자신의 멘토로 꼽는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 한껏 부풀어 오른 블라우스 차림에 헝클어진 은발인 그는 클래식계의 팝스타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의 과거는 회색빛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셋이던 1970년, 18개월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수감 생활을 했다.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을 다니며 각종 콩쿠르에서 유명세를 떨칠 때였다. 그는 당시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2년 동안 첼로를 잡지 못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그리고 1972년 11월 8일, 다 망가진 첼로 하나를 들고 이스라엘로 망명했다.

“사람들은 나의 쾌활한 면만 보지만 나는 18세에 아버지를 잃었고 그 이튿날 콩쿠르에 나가야 했습니다. 제2의 아버지인 스승 로스트로포비치의 죽음 또한 커다란 시련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감옥에 갇혀 세계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했던 경험이 음악인으로 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며, 1972년에 다시 태어난 자신은 현재 38세의 젊은이라며 크게 웃는다.

“지구의 공기는 오염돼 가고 물은 부족해지죠. 하지만 뜨고 지는 해와 흘러가는 구름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아름답지 않은 경험도 유용한 쪽으로 바꿔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어린 나이에 겪은 아버지의 죽음, 갑작스런 수감 생활, 음악인으로서의 고충들이 모두 첼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됐다는 얘기다. 한 해에 100회 이상을 공연하며 세계를 누비는 거장의 연주가 깊이 있는 이유는, 내면 깊숙이 고통을 이겨 낸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한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