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이 인 주] 중구 남대문로 -3

2010. 4. 4. 17:52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명불허전 이 인 주] 중구 남대문로 -3

 

 

 

 

 

 

 

 

 

 

 

 

 

 

 

 

 

 

 

 

 

 

 

 

 

 

 

 

 

 

 

 

 

 

 

 

 

 

 

 

 

 

 

 

 

 

 

 

 

 

 

 

 

 

 

 명불허전

이 인 주




비전의 무협지를 읽으면

그 숱한 영웅들, 혀 내두르는 혈투를 보면

캐러비안 범선 해골깃발에 피융, 꽂히면

왜 심장이 쿵쿵 뛰고 더운 피가 솟구치는지

갈매나무 이파리 돌연 윤기를 띄고

한쪽 날개 마저얻은 비익조가 화라락 동쪽으로 날아가는지



전생에 필시 아파치족 추장의 딸이었을 거야

도요새 깃털 터번에 꽂고 숯검정 볼, 갈기 휘날리며

아이디타로드, 아이디타로드

해 돋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신비한 광채 한 자루 휘영청 걸고 싶었네

말발굽에도 들키지 않는 순결한 욕망

광막한 화선지에 초서처럼 내리긋고 싶었네



파죽지세백척간두사면초가고군분투난공불락고육지책백절불굴일사불란신출귀몰쾌도난마,

줄줄이 피터지게 맞짱뜨고 싶었네



혹간, 매서운 눈빛 공권의 적수 앞에

절박하게 태어나는 물결

댓잎처럼 푸르게 휘는 해금

정적을 긋고도 비린내 풍기지 않는

순절의 검이 되고 싶었네


<시로 여는 세상>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