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살라/ 고홍석

2006. 12. 31. 05:52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노자가 그랬다.

물처럼 살라고.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밥그릇에 담아두면 밥그릇 모양으로 되고,
맥주병에 담아두면 맥주병 모양이 되고,

호롱박에 담으면 호롱박 모양이 된다.


그러면서도 물은 자기를 잃지 않는다.

더우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뜨거우면 자기 몸 하나 주체하지 못하는

연기로 날아가고 말지만,
물은 본시 물일뿐 물 아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개울물을 따라 흘러가다 조약돌을 만나면
보듬어 안아서 갈 줄도 알고


대의에 한 몸 보태는 일이라면
드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고


어느 산골짜기 새벽에

이름 모를 꽃잎의 이슬로 머물러야 한다면,
나 홀로 남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겠지.

 

 

 

 

 

 

 

 

 

 

 

 

 

 

어떻게 하면 물처럼 산다는 것일까?

한 방울의 유약한 물방울로
초동들의 풀피리 위에서

이리 저리 굴려지는 몸일지라도
마지막 물 한 방울이 물잔의 물을 넘치게 한다는
냉엄한 산 교훈을 잊지 않고 살아나 볼까?

 

 

 

 

 

 

 

 

 

 

 

 

 

 

 

뜨거운 햇볕에 금방 하늘로 휘날려지고 마는

연기의 생으로 이 세상을 마감할지라도,

언젠가는 시원한 소낙비가 되어

이 땅의 뭇 생명들과의 부활을
다시 꿈꾸어나 볼까?

 

 

 

 

 

 

 

 

 

 

 

 

글 / 고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