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만 있다면
2012. 10. 7. 15:26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글/도종환
'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 > 좋은글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갖고 있나요 (0) | 2012.10.10 |
---|---|
아름다운 약속을 하는 사람 (0) | 2012.10.08 |
가을 하늘과 들꽃과 바람, 그리고 그대 (0) | 2012.10.07 |
사랑의 엔돌핀 (0) | 2012.10.06 |
죽을 때 후회하는 세 가지 (0) | 201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