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벌목공의 가르침 ‘인생의 교과서’ 중에서

2009. 3. 2. 07:14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

 

 

 

 

 

 

 

 

 

 

 

 

 

 

 

 

 

 

 

 

 

 

 

 

 

늙은 벌목공의 가르침


한 늙은 벌목공의 초보 벌목공 릭에게 벌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나무가 어느 쪽으로 쓰러질지 알 수 없다면 베지 말아야 하네. 나무는 언제나 지탱하는 힘이 약한 쪽으로 쓰러지니까 쓰러뜨리려는 방향의 지지력을 약화시켜야 해.”

하지만 릭은 반신반의했다. 이번에 벨 나무의 옆에는 호화로운 저택이, 다른 한쪽에는 창고가 있었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저택이나 창고를 덮친다면 큰일이었다.

릭은 잔뜩 긴장된 얼굴로 늙은 벌목공을 쳐다보았다. 늙은 벌목공은 저택과 창고 사이에 줄을 하나 그었다. 그리로 나무를 쓰러뜨리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도끼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힘과 기술만으로 나무를 베어야 했다. 늙은 벌목공은 나무를 향해 도끼를 힘껏 내리쳤다.

30분쯤 지났을까. 나무는 땅 위에 그어 놓은 선 위로 털썩 쓰러졌다. 릭이 감탄하며 어떻게 그토록 정확하게 쓰러뜨릴 수 있었는지 물었지만 늙은 벌목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끼를 짊어지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늙은 벌목공이 그제야 한마디 했다.

“오늘은 운이 좋았네. 바람이 없었거든. 항상 바람을 조심해야 하네.”

릭은 이 말에 담긴 속뜻을 몇 년 뒤 한 사람이 심장이식을 받은 직후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심장이식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환자의 회복 속도도 매우 빨랐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 증세가 생기더니 손쓸 겨를도 없이 사망하고 말았다. 부검 결과 환자의 사망 원인은 뜻밖에도 다리에 난 경미한 상처였다. 상처를 통해 감염된 세균이 폐로 침투해 전체 폐 기능을 악화시킨 것이었다. 릭은 눈앞에 늙은 벌목공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나타났다.

“언제나 바람을 조심해야 하네.”

그 소리가 귓가를 쟁쟁하게 울렸다. 아주 간단한 일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 심장이식 환자의 죽음은 ‘공든 탑도 개미 구멍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는 간단한 이치를 일깨워 주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작은 상처가 목숨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일에서 성공을 거둔 뒤 사람들은 대부분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이지만, 릭은 늘 거울 속의 자기 얼굴을 보며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한다.

“이번엔 운이 좋아서 바람을 만나지 않았어.”
(‘인생의 교과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