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도- 아굴라와 브리스가에서

2009. 6. 10. 22:05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

 

 

 

 

 

 

 

 

 

 

 

 

 

 

아름다운 기도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시간에 일어나서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 형이다.

밤새 부엉부엉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을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제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때문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세울 때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되니까 붙여 놓은 것 아니냐.'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는 무얼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gift)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정리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 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 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한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내가 다가가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 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을 칠 때는 전혀

꿈적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 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

이제는 날 더러 뚜껑 좀 열어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저는 저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저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 아굴라와 브리스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