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김충규

2010. 3. 29. 00:12전국 방방곡곡 여행지/충청도 여행지

 

 

 

대청호 문의지역은 1980년 담수가 시작되면서 마을이 수몰된 지역중에 한곳이다. 예전에 강마을 정취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모습의 비경을 드러낸다.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김충규



어두운 낯빛으로 바라보면 물의 빛도 어두워 보였다

물고기들이 연신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는 것은

어둠에 물들기를 거부하는 몸짓이 아닐까

아무도 없는 물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에 취하지 않는 물고기들,

그들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몰골은 어떻게 보일까

무작정 소나기 떼가 왔다

온몸이 부드러운 볼펜심 같은 소나기가

물 위에 써대는 문장을 물고기들이 읽고 있었다

이해한다는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그들의 교감을 나는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살면서 얻은 작은 고통들을 과장하는 동안

내 내부의 강은 점점 수위가 낮아져 바닥을 드러낼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풍성하던 魚族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후로 내 문장엔 물기가 사라졌다

물을 찾아온다고 물기가 절로 오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물이 잔뜩 오른 나무들이 그 물기를 싱싱한 잎으로

표현하며 물 위에 드리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나를 부끄럽게 했다

물을 찾아와 내 몸이 조금이나마 순해지면

내 문장에도 차츰 물기가 오르지 않을까

차츰 환해지지 않을까

내 몸의 군데군데 비늘 떨어져나간 자리

욱신거렸다

이 몸으로는 저 물속에 들어가 헤엄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