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뻐꾹나리,물봉선,잔대,고들빼기 - 사람 사는 맛 - 솔치마을 사람들 / 목필균

2010. 6. 13. 22:08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동자꽃,뻐꾹나리,물봉선,잔대,고들빼기

 

동자꽃

 

 

 

 

뻐꾹나리

 

 

 

 

물봉선

 

 

 

 

잔대

 

 

 

 

고들빼기

 

 

 

 

 

 

 

사람 사는 맛 - 솔치마을 사람들 / 목필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살고 싶은 집은 언제나 동화 속, 푸른 초원 위에다. 하지만 살면서 그건 언제나 꿈이다. 그저 늙어서, 돈 좀 벌면, 회색도시를 떠나서 저 푸른 초원 찾아가겠다는 것은 누구나 품는 희망이다. 아마도 귀소본능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일요일, 우이시 여자 시인들 중에서 시간이 맞는 김금용, 윤정옥 시인 들과 이런 꿈을 실현시키신 정성수 시인님이 계신 솔치마을을 다녀왔다.
  일행들은 아침 7시부터 서둘러 양평군 양동면 삼산2리 솔치마을을 향해 떠났다. 서울 강동구 미사리를 지나 팔당대교를 건너 양평시내를 관통하여 여주 대신리를 지나고도 한 시간 남짓 구비구비 펼쳐진 들길을 지났다. 누렇게 익어 머리 숙인 황금벌판에는 허수아비가 우수꽝스럽게 서 있고, 각가지 들국화가 길섶에서 아름져 피어있었다. 대신리 17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하고 블루헤런 골프장을 가로질러 일당산 기슭을 헤쳐나가자 솔치마을은 모습을 드러냈다. 1차선 비포장도로가 백 미터 지나기까지 낮은 지붕의 솔치마을은 텃밭을 사이에 두고 옹기옹기 촌락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서 개울을 끼고 올라가자 두 채의 원목 팬션과 잘 가꾸어진 정원을 만났다. 순간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눈앞에 우거져 있는 상록수림은 삼림욕장으로 손색이 없고, 좁은 개울을 끼고 너른 택지를 오밀조밀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성이 만져지는 곳이었다.
  정성수 시인님과 도예가이신 사모님 강현순선생님께서는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이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손수 빚으신 도자기 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정원을 운치있게 꾸며주고 있었다. 더구나 밤이면 멧돼지와 노루가 나타난다는 동화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정성수시인님이 무척 신나하시는 모습이다.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아 자칭 종합병원이셨던 정성수시인님은 검붉은 혈색에 무척 건강해 지셨다. 텔레비전도 켜지지 않고, 전화선도 들어오지 않은 오지 같은 천국에서 오직 흙과 자연스러운 대화로도 하루가 부족하다고 하시며 심심하거나 도시가 그립거나 하는 일이 전혀 없이 그야말로 무릉도원에서 사니 저절로 건강해 지셨다고 하셨다. 주말이면 그림 같은 집 팬션을 도시에서 온 손님에게 내어주시며 소일을 하시는 선생님 부부는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점심식사 후 펜션에서 하루를 보낸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사모님의 가르침을 따라 흙으로 그릇이나 놀이 감을 만드는 것을 들여다보았다. 보드라운 흙을 만져보는 어린이들의 눈빛이 대단히 진지했다. 잘 반죽된 흙을 떼어주며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는 사모님의 웃는 모습이 진정 행복해 보이셨다.
 
  서울서 불과 2시간 40분 거리에 이같은 꿈같은 둥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에 부러움만 가득 차에다 싣고 왔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화합하여 잘사는 세상, 모든 사람이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여 주는 세상을 '화이부동'이라고 부른다. 숲에는 큰나무, 작은나무, 풀, 넝쿨, 바위, 돌, 흙이 어우러진 산이다. 이 숲 속에 풀벌레, 개구리, 나비, 온갖 새 들이 깃을 내리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이런 숲과 대자연은 '화이부동'의 표본이다. 그렇다면 솔치마을에서 제 2의 둥지를 트신 정성수시인님 부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화이부동만을 이루시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도 화이부동을 이루시려는 것이 아닌가. 도시에서 헉헉대며 살고 있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사시는 것 같다.
  나도 외길로 걸어온 교사의 길을 접게되면 미련 없이 칙칙한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노란 달맞이꽃, 개망초, 엉겅퀴 어우러진 들길을 걸을 수 있는 곳에서 살면서 말년에 문학의 즐거움을 마음껫 누리고 싶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그 꿈을 실현할 것이란 뚜렷한 설계도는 없다. 그러나 아직은 그저 막막하게 그려보는 그림일 뿐이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겠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달콤함도 새콤함도 씁쓸함도 맛볼 수 있는 것, 그도 진한 사람 사는 맛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