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달개비-모래톱 이야기 - 연화리 시편6 / 곽재구
2010. 7. 14. 09:18ㆍ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자주 달개비
모래톱 이야기 - 연화리 시편6 / 곽재구
스무 해 전엔
바람이 산을 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네
산을 업은 바람이
섬진강 모래밭을 오래오래 달려
황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네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그 시절에도
바람과 산이 한데 어울려
섬진강 물 속으로 깊게 잠기는 시간들을
알지 못했네
어부들이 작은 이야기의 불씨들을
산마을마다 낮은 목소리로 지피고 있었네
스무 해 전엔 산이 바람에게
「널 사랑해」하고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네
산이 바람의 어깨 위에
자주달개비꽃 한 송이 가만히 얹어주는
모습을 보지 못했네
보지 못했네
얼마나 많은 산이 바람을 위하여
꽃을 피워내는지
얼마나 많은 산이 바람을 위하여
구름을 불러 모으는지
얼마나 많은 산이 바람을 위하여
슬픔과 고독과 찬란한 무지개를 피워내는지
얼마나 많은 모래알들이
제 스스로의 이름으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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