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2010. 7. 13. 22:52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메꽃

 

 

 

 

 

 

 

 

 

너를 사랑한다 /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
  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