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류시화

2005. 7. 1. 21:0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마치 사탕 하나에 울음을 그치는 어린아이처럼

눈 앞의 것을 껴안고

나는 살았다

 


 
 

삶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나

그것이 꿈인 줄 꿈에도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사랑을 하고 또 헤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집을 떠나

방랑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등 뒤에 서면 다시 한번 쳐다본다


 


 
 

책들은 죽은 것에 불과하고

내가 입은 옷은 색깔도 없는 옷이라서

비를 맞아도

더 이상 물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걸까

무엇이 참 기쁘고

무엇이 참 슬픈가


 


 

 

나는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

생의 집착도 초월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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