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서정윤
2005. 7. 2. 14:08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너와 나의 삶이 향한 곳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슬픈 추억들 가슴에서 지우며
누구에게도 흔적 남기지 않는
그냥 지나는 바람이어라
바람이어라.
바람이여/서정윤
'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 > 좋은글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 용혜원 (0) | 2005.07.03 |
---|---|
소망의 시 (0) | 2005.07.03 |
짠 맛을 잃은 바닷물처럼/류시화 (0) | 2005.07.01 |
그냥 걷기만 하세요/법정스님 (0) | 2005.06.25 |
그리움의 전깃줄에 (0) | 2005.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