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 이해인

2005. 10. 2. 00:04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산정호수

 

살 속 깊이 들어박힌

나의 슬픔은

바람이여 모두가 너의 탓이다

 

 

바위 끝에 부서지는 이승의 파도 위에

나를 낳아 키워서

갖고 싶은 바람이여

 

 

처음의 네 사랑이 칼로 꽂힌 심장에

위로의 눈짓 한번 건네 주지 않는

무정한 바람이여

 

 

어둠을 일으킨 그대

화살을 쏘아

시름시름 앓아 누운

내 불면의 세월

상처받은 사랑은
할 말이 없다

 

 

잠시도 날 잊지 못해

스러진 남은 목숨

불고 싶은 바람이여

죽지 않는 바람이여

 

 

 

바람이여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