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그러나 이제 보니 / 이해인 ]

2005. 10. 28. 00:02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용담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버리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외롭고 허전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불평이 쌓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만스럽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쌓이는 불평과 불만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기쁨과 평화가 없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낙심 시키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 밭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