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2005. 10. 29. 00:09카테고리 없음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 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