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9. 19:38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사람들은 지난 인생을
마치 흘러가는 구름 같다고들 한다.
꽤 오랫동안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 때면
더욱더 그런 푸념 어린 회상에 잠긴다.
아마 청년기부터 가끔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삶의 정의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로
하늘이 잔뜩 흐려 있는 날은
더욱 많은 잡상들이 떠오른다.
어떻게 살아 왔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오늘이 지나도 어제나 지금과 똑같은 내일 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에 충실하는 편이다.
건전지가 닳아서 멈춰버린 시계에
새 건전지를 넣고 시간을 맞출 땐
지나버린 그 많은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쓸데없는 잡상으로 흘려 보낸 시간을
아쉬워하는 마음이라면
그건 시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멍청함 아닐까.
이따금씩 흘러 간 세월을 아쉬워 하면서
주어진 인생이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 온 우리들이 아닌가.
평소에는 깨닫지 못하다가
갑자기 호들갑으로 챙겨보려는 시간.....
나는 그 시간에게 의미를 부여 하여
잡상의 시간과 명상의 시간으로 나눠 본다.
그리하여 잡상의 시간에서
약간의 시간을 꺼내 활용하려 한다.
인생을 시간으로 계산하면서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얼마가 지나버렸으니 애달아 하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조급해 하지 말자.
일상대로 살다가 생각날 때라도
시간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자.
엉뚱한 생각, 허황된 망상으로 보내는 것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휴식으로 보내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뚜렷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냈던 건
내 스스로 부인하지 못한다.
목적을 위해 열심히 일 했던 시간,
육체의 피곤함을 풀기 위한
잠 같은 휴식의 시간을 제외하곤
명확한 명분을 내세울 게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렇게 살아 왔으면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척했다.
나는 이제 잡상에서 빌려 온 시간으로
또 다른 잡상을 즐기려 한다.
어느 특정한 사람의 인생을 거론하는 것보다
가장 평범하게 살면서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
줄줄이 달린 새끼들 옆구리에 차고
가파른 고갯길 넘던 시절의
정겹고 아련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길가 모퉁이마다 조그만 사연들 붙어 있고
작은 개울에 놓인 징검다리 돌 하나에도
코딱지만한 살가운 이야기 눌려 있어
그 돌멩이 하나 들어내면 울고 웃을 사연들,
바람이 살짝 스치면 주저리주저리 쏟아지는 소곤거림이
나를 에워싸는 시간을 갖고 싶다.
흐르는 세월에서 시간 또한 반복의 의미는 없지만
나락 말려 풍구 돌려서, 검불 모아 모깃불 놓을 수 있고
실하게 여믄 볍씨 담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면
억지로라도 시간의 되돌림을 만들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모아서
내 인생의 시간 속에서 만나는 일이란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그 시간 속에서 헤어나지 못함은
시간을 죽이는 것일지라도 몇 번은 좋을 일이다.
죽어 있던 시계에
건전지를 끼워서 맞추는 시간이 의미가 없지만
그 시간 속으로 나를 던지는 것은
아무런 쓸모없는 일이 아니었음을 인식하고 싶다.
나를 감싸는 모든 것들에
나누어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시간을
그렇게 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여수 오동도
인생의 시간 / 박 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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