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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
2005.06.17 -
한 송이 꽃이게 하소서/ 정해철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나이 이기에 한 송이 꽃이게 하소서 한 송이 꽃이 되게 하시되 이런 곷이게 하소서 비바람에 쉬이 지는 그런 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뭍 꽃처럼 강인한 꽃이게 하소서 화사함 뒤에 감추어진 초라함이게 하지 마시고 청초함에도 향기의 은은함을 ..
2005.06.17 -
접시꽃 [나 자신을 위한 기도/ 오광수]
나를 더 가난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많이 겸손하게 하소서 소중한 오늘을 교만한 눈으로 뜨지 않게 하시고 오만스런 말을 하지 않게 하시며 거만한 행동이 되지 않게 하셔서 나로 하여금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하소서 나를 더 순수한 마음이 되게 하셔서 많이 온유하게 하소서 사람을 대..
2005.06.16 -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뭘 그렇게 고민하는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2005.06.16 -
담쟁이 [담쟁이/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
2005.06.16 -
꽃 멀 미/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200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