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2012. 10. 1. 17:51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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