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경복궁 메롱하는 해태
2007. 12. 2. 13:33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경복궁 메롱하는 해태
칭기스칸은 성을 쌓지 않았다. 그는 세계의 반을 정복했지만 어느 곳에도 성을 쌓지 않았다. 칭기스칸이 원한 것은 정복해서 그 자리에 안주하거나 군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 곳에 안주할 수 있는 편안한 길을 가지 않았다. 그는 죽는 날까지 말을 달렸다. 칭기스칸의 전사들은 소유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들은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달린 것이 아니다.
그들이 달린 것은 칭기스칸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질서에 동참하는 일이었으며, 그 미래에 대한 꿈과 기대가 자신의 현재를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그들의 삶을 값지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후회없이 말을 달렸다. 그리고 질주가 가로막힐 때마다 격렬한 전투를 피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소유하려는 자들과 소유가 아니라 꿈을 위해 달리는 자들의 싸움은 언제나 불을 보듯 뻔했다. 유목민의 승리였다. 꿈의 승리였다. 우리는 칭기스칸으로부터 정복과 피를 배우려는 것이 아니다.
맹목적인 질주를 배우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배우려 하는 것은 지치지 않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자신에 대한 그 끝없는 훈육이다.
인생의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의 내부에 있다. 그것은 바로 안락이며, 배부름이며, 육신의 편안함이다. 지금 현재에 안주하여 멈춰 서 있는 자기 자신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
(고도원,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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