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차지한 공간
2011. 9. 11. 07:26ㆍ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욕심이 차지한 공간 / 구경국 신부
학위 논문을 쓸 때 평소 아껴주셨던 교수 신부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이야기 끝에 “좋은 논문을 위해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충고해주셨습니다.
잘 알겠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박사학위를 두 개나 가지신 신부님이야 버릴 것이
많겠지만 한 문장 적어 나가기도 힘든 제게는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반 정도 쓴 이후에야 그 충고를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잘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삶에서도 유효함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는 것은 어떻게 하여야
나 자신이 좋은 땅이 될 수 있느냐,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내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이 들어올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생각이 악마로 변할 때 말씀은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없고, 세상 재물에 걸려
넘어질 때 말씀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내 명예를 추구할 때 하느님의
영광은 꽃피울 수 없게 됩니다. 한마디로 욕심의 크기만큼 마음속에 하느님의 말씀이
머물 공간은 더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을 위해 버려야
하듯 하느님과 말씀을 위해 욕심을 버릴 때 좋은 삶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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