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사과

2008. 12. 2. 22:25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너무 늦은 사과


1980년 12월 8일, 아내 요코와 함께 귀가하던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에게 한 사내가 사인을 청했다. 존은 친절하게 사인을 해 주고 발걸음을 돌렸는데, 그 사내가 다시 존을 불렀다. 존이 뒤돌아본 순간, 다섯 발의 총성이 울렸다. 총격을 당한 존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었고, 전 세계인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태연히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던 마크 채프먼을 체포했다. 이 일로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 반대 운동이 일었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 팬들은 잇달아 자살했다. 20년 이상의 종신형을 선고 받은 채프먼은 2000년 이후 몇 차례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모두 기각됐다.

그런 채프먼이 얼마 전 열린 가석방심의위원회에서 “그에게 미안하다.”라며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사과했다. “스물다섯 살이던 그때는 내가 죽이는 것이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쉰세 살이 되고 보니 그것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 당시 나는 실패한 내 인생에 화가 나 있었다. 악평이더라도 세상의 이목을 끌고 싶었다. 나는 존이 화려한 건물에서 살며, 사랑의 말 따위나 지껄이는 사기꾼이라고 오판했다.”

하지만 그의 가석방은 또다시 기각됐다. 그가 존의 유가족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상에 비극을 안겨 준 대가로 얻은 유명세.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자유’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그를 우리는 언제쯤 용서할 수 있을까?
(‘좋은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