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2. 07:48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돈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그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못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살 거냐고 물어보면
열 번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옷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광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날 흘러가도
융자받은 돈 갚기 바빠 내 집 마련 멀 것 같고
한숨 푹푹 쉬며 애고 내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열 감기라도 호되게 앓다보면
빗 길에 달려가 약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걸..
가난해도 좋으니 저 사람 옆에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저 사람의 배필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꽃 한 송이, 굳은 케익 한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첫 아이 낳던 날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喪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날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것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미련 한 자락은
"당신, 가끔씩은 조금만 더 일찍 들어오면 안 되겠오?"
"당신, 그 손으로 내 손 한번만 더 잡아 주시겠어요?"
(...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작은 촛불 하나 켜놓고
둘이 마주보는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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