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유치환

2009. 2. 10. 22:27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

 

 

 

 

 

 

행  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여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