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순화동 [巡和洞, Sunhwa-dong] -2
2010. 4. 5. 22:45ㆍ서울, 경기 어디까지 가봤니?/서울거리 오래된 골목길
중구 순화동 [巡和洞, Sunhwa-dong] -2
경계의 술사들 / 박병수
지난겨울 햇살 뜸한 외곽도로에 빨간 코트를 벗어주고 떠난 고양이 기억나니
왕벚나무 숲길에서 고양이가 두 개의 번쩍이는 은륜을 타고 ‘퍽’ 하고 사라진 거야
쉿, 그건 기막힌 타임머신이었어!
그날 이후 도심의 나무들은 텅 빈 고양이의 뱃속에 타임머신의 카탈로그를
산더미처럼 쌓았지 날 선 도끼의 단단한 자루가 되어주었던 피노키오의 후예답게
타임머신의 성능에 만족하여 잠이 든 거야
잠 속에서 우리 동네 나무들은 키가 쑥쑥 자라 달의 얼굴을 가렸지
어둠 속으로 새 한 마리 날아가지 못했지
내가 잠든 곳은 새 떼를 꿀꺽 먹어버린 늙은 고양이의 뱃속
달의 눈을 파먹고 왕벚나무의 나이테에 숨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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