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순화동 [巡和洞, Sunhwa-dong] -3

2010. 4. 5. 23:32서울 어디까지 가봤니?/서울거리 오래된 골목길

 

 

중구 순화동 [巡和洞, Sunhwa-dong] -3

 

 

 

 

 

 

 

 

 

 

 

 

 

 

 

 

 

 

 

 

 

 

 

 

 

 

 

 

 

 

 

 

 

 

 

매타자

이인주 / <서정시학> 가을호



성공을 볼모로 하지 않는다
한 계단을 오르기 위해 열 개의 등을 밟지 않는다
상대의 몸집 앞에 주눅들지 않는다
한방위로 뛰어들고 전방위로 맞받는다
다치지 않기 위해 급소를 겨냥하지도 포석을 깔지도 않는다
무가계로 깔린다 이름 아래 이름으로
내리누르는 힘의 전말을, 한방에 읽는다

그러나
한방에 끝날 싸움은 하지 않는다
질기다 나가떨어진 자리가 발판이고 응전이다
싸움도 되지 않는 싸움, 알면서도 기어오르는 싸움
그러다가 내가 죽을 이름을 분노의 이름으로 쓴다
뻔한 결말보다 더 느글느글한 저 낌새!
오직 하나의 표현방식만 허락된 자의
숨법, 무검의 검을 벼리고 있다
칠전팔기 백패불굴
뭐, 이런 말들을 아름답게 하느라 버티는 건 아니다
날마다 터져 보라 그런 말들이 얼마나 함구하고 싶도록 무서워지는지

살아있어 찡한 진저리만이
진저리치게 아름다운 패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나는
누르는 만큼 튕겨오르는 용수철이다
밀리면서 나아가는 진군이다
패배로써 패배를 뚫는
아, 나는
날린 자의 멱을 꺾으러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