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경궁의 봄 -9
2010. 4. 15. 23:42ㆍ서울 어디까지 가봤니?/서울 걷기 좋은길
종로구 창경궁의 봄 -9
시인들--이제하
언제 어디서고 기념사진 속에서라면
시인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다. 사진
속의 인물들이 설사
한 무더기 삼성장군(三星將軍)이거나
온통 노동자 투성이로
떡을 치고 있더라도
엿장수 마음대로? 절대로
시인은 시인이기를 그만 둘... 수가
없다. 뒈진 듯하면서도 살아있고
같은 듯하면서도 어딘가 다르고, 없는
듯하면서도 언젠가는, 기필코
드러나고야 만다. 어느 시궁창
속에서도, 어떤 누더기 한 복판에서도
그것은 실은
아무 것도 아닌 돌의 이름이고
다시 밟혀 죽는 그 꿈이고, 꿈이 깔기는
똥이고, 똥 속에 숨은
그 뭣의
똥...이다
그 뭣의 똥! 그 뭣의 똥!
비록 그것이 민족이거나
당대 민중의 주린 허리를 죄는
번쩍이는 버클은 아닐지라도
나는 쓴다, 만신창이의
자존심을 내걸고
나는 쓴다, 그 보다 더 거덜난
내장과 쓸개를 담보로
나는 쓴다, 뒤집혀 맴도는 풍뎅이의 이름으로!
나는 쓴다, 시든 페니스와 쪼그라든 홍합을 위하여!
나는 쓴다, 탈장항문(脫腸肛門)과 고름과 개흙과 검뎅과
나는 쓴다, 곰팡이와 재(灰)와
그리하여
채마밭에 뿌려지는
한 무더기 퇴비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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