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6. 09:55ㆍ우리 문화예술 공연전시 /공연,전시회
새 아리랑 / 문정희
님은 언제나 떠나고 없고
님은 언제나 오지 않으니
사방엔 텅 빈 바람
텅 빈 항아리뿐
비어서 더욱 뜨거운 이 몸을
누가 알랴
그 위에 소금 뿌려
한세월 곰삭은
이 노래를 누가 알랴
기를 쓰고 피어나는 이 땅의 풀들
저 눈 밝은 것들은 알랴
떠나는 발자국이 님인 것을
돌아오지 않는 것이 님인 것을
그래서 더 보고 싶은 것이
우리 님인 것을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 님을 기다리며
밭고랑처럼 길고 긴 생애를 사느니
세상에는 없는
고무신 같은
된장국 같은
백자 항아리 같은
기막힌 이 사랑을 누가 알랴
냉수 한 사발의 사랑이
폭풍보다 더 무서운 힘인 것을
너무 울어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이 살갗이
지진보다 더 무서운 힘인 것을
님과 나 사이에는
꽃이라고 할까
새라고 할까
청산처럼 숨쉬는
아름다운 생명이 있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온몸으로 흔들리는 노래를 부르며
이 땅에는 사시사철 기다림이 피어나느니
곁에 있는 것은 님이 아니리
안을 수 있는 것은 님이 아니리
결혼한 것은 님이 아니리
멀리 있는 것
그래서 두 눈이 아리도록 그리운 것만
우리 님이리
아리랑이리
홀로 푸른 하늘 바라보면서
푸른 하늘 굽이굽이 새겨둔 설움
바라만 보아도 말갛게 차오르는 눈물
질경이 같은
엉겅퀴 같은
뙤약볕 같은
어지럽고 슬픈 살냄새
허리 구부리고 울던 흰옷들의
쓰라린 사랑이여
천굽이로 살아나는
아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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