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나희덕] 덕수궁

2010. 7. 10. 22:19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그림자/나희덕

 

 

 햇빛이 겨누는 창 끝에 놀라
문득 걸음을 멈춘다
그림자가 짧다
뒤따라오던 불안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헤치고 온 풀마다 누렇게 말라 있다

시든 풀을 보고 울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나는 덜 여문 잔디씨 몇을 훑어 달아난다

끝내 나를 놓치지 않는 그림자
흩어지는 잔디씨에도 그림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