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성 / 함성호] 영등포역

2010. 7. 12. 09:27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입성 / 함성호

 

서울이여 다시 돌아왔다
  기차가 지나는 성북역 부근
  다닥다닥 붙은 지붕과 지붕들의
  하늘 보이지 않는 처마와 처마 밑으로
  억센 전라도 사투리로 오뎅 국물 퍼주던
  중구 순화동 포장마차 물비린내 나는 천막 안으로
  신문지 한장 덮고 들, 잠을 청하는
  한없이 긴 을지로 지하보도로
  달라 있다고 넌지시 물어오던 늙은 할마시들의
  남대문 시장 입구로, 없는 놈이 없는 놈 잡아먹는다는
  상계동 아파트 현장 노가다꾼들의 욕지거리 아래로
  술꾼들이 질펀하게 게워놓은
  흥청거리는 영등포시장으로, 뒷골목으로
  늘 떠다니는 청량리역
  슬며시 팔짱 껴오는 매음의 분냄새 속으로
  신세계 앞 쭈그리고 앉은 모자 앵벌이꾼의
  위협적인 생의 두 손바닥 안으로
  대학로 눈물과 맞고함의 아비규환 속에서
  마스크를 파는 장사치의 끈질긴 흰 웃음 속으로
  조상님께 차가운 소주 한잔 올리고
  재배 삼배 절 넙죽 올리고 떡국 한 그릇 해치우고
  서울이여 다시 돌아왔다
  아무런 노래도 없이 세월에 빈 마음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