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저녁

2011. 6. 12. 03:58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아바이마을 , 속초 청호동

 

 

 

 

 

 

 

 

 

 

 

 

 

 

 

 

 

 

 

 

 

 

 

 

 

 

 

 

 

 

 

 

 

 

 

 

 

 

 

 

 

 

 

바람이 좋은 저녁 / 곽재구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람은 내 어깨 위에
  자그만 그물 침대 하나를 매답니다.
 
  마침
  내 곁을 지나가는 시간들이라면
  누구든지 그 침대에서
  푹 쉬어갈 수 있지요
 
  그 중에 어린 시간 하나는
  나와 함께 책을 읽다가
  성급한 마음에 나보다도 먼저
  책장을 넘기기도 하지요
 
  그럴 때 나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바람이 좋은 저녁이군, 라고 말합니다
  어떤 어린 시간 하나가
  내 어깨 위에서
  깔깔대고 웃다가 눈물 한 방울
  툭 떨구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