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2011. 2. 26. 12:53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노루귀
봄, 봄
박형권
두 젊음이 다리 끝에서 아지랑이를 피워올린다
연애질 하고 있다
눈빛 마주칠 때 참꽃 피고
손닿을 듯 할 때 개나리 벙글어지고
내일 들에서 쑥 캐는데
너 나올래
불쑥 오지 말고
늑대처럼 침 흘리며 빙글빙글 둘러서 다가올래, 할 때
목련꽃 흐드러지고
동네가 눈을 틔우는 마늘 싹 만해서
봄비 기다리는 마루 끝에 앉아서도
아닌 체 서로 끌어당기는 모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의 좋은 시절도 복숭아꽃 피었고 복숭아 털 같은 최루탄 사이를 이리
저리 피해 다니며
잘 모르는 자유, 노래하다 지치고
전자석처럼
문득 나를 끌어당기는 여자가 있었다
이제는 예쁘게 노는 모습에 참으로 눈이 부시기 시작하는 나이
해줄 것은 없고 시계를 한 시간씩 되돌려놓으면 그것도 부질없다
봄은 노루꼬리보다 짧으니 힘껏 하는 만큼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고
속마음은 제비꽃처럼 부리가 뾰로통해지고
그때 그 나이인 저 아이들 믿고
봄을 맡겨도
괜찮을까 하며
겨울이 능구렁이 꼬랑지를 담부랑에 남긴다 누구나 한번쯤은
꽃봉오리로 팬티를 해 입고 싶은
봄이
쑥 캐는 년 궁둥짝만큼 염치없다
봄은 저 아이들 연애질하게 오는 것이니 행여 나비처럼도 밟지 마시라
봄, 봄 해봐도 젊음 속의 봄 만한 게 없다
추천 하시는 님의 손이 아름답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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