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2011. 7. 2. 22:59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상사화

 

 

 

 

 

 

 

 

 

 

 

 

 

 

 

 

 

 

 

 

 



어처구니

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 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요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또
그 옆, 어떤 싹눈에 오롯히 맺혀 있는
물방울들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어쩌지요
손가락이,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추천 하시는 님의 손이 아름답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