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여관에 가고 싶다
2011. 3. 2. 08:57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얼레지
들꽃 여관에 가고 싶다 / 박완호
들꽃 여관에 가 묵고 싶다.
언젠가 너와 함께 들른 적 있는, 바람의 입술을 가진 사내와
붉은 꽃의 혀를 지닌 여자가 말 한 마디 없이도 서로의 속을
읽어 내던 그 방이 아직 있을지 몰라. 달빛이 문을 두드리는
창가에 앉아 너는 시집의 책장을 넘기리. 三月의 은행잎 같
은 손으로 내 中心을 만지리. 그 곁에서 나는 너의 숨결 위
에 달콤하게 바람의 음표를 얹으리. 거기서 두 영혼의 안팎을
을 넘나드는 언어의 향연을 펼치리. 네가 넘기는 책갈피 사이
에서 작고 하얀 나비들이 날아오르면 그들의 날개에 시를 새
겨 하늘로 날려보내리. 아침에 눈뜨면 그대 보이지 않아도
결코 서럽지 않으리.
소멸의 하루를 위하여, 천천히 신발의 끈을 매고 처음부터
아무 것도 아니었던 나의 전부를 남겨 두고 떠나온 그 방. 나
오늘 들꽃 여관에 가 다시 그 방에 들고 싶다.
추천 하시는 님의 손이 아름답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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