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들 - 나희덕시인

2019. 9. 14. 08:08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흔들리는 것들 - 나희덕시인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사진 - 올림픽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