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峴/박두진

2005. 5. 22. 23:04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 너머,
큰 산 그 너멋 산 안 보이어,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長松) 들어섰고,
머루 다래 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토끼,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

 

산, 산, 산들!
누거만년(累巨萬年)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 직하매,

 


 

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 확 치밀어 오를 화염(火焰)을
내 기다려도 좋으랴?

 


 
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 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즐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香峴/박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