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노래/류시화

2005. 6. 30. 15:37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풀꽃의 노래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