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3. 15. 04:45ㆍ동식물 사진/식물,초목본,수생식물
봄을 알리는 전령사(傳令使) 복수초와 개구리알,
06,3, 14, 한택식물원 촬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傳令使)이다. 24절기 중 입춘, 우수에 이어 세 번째의 절기로 봄 내음을 풍기는 음력 2월 절기며, 양력으로는 3월 6일경부터 춘분(春分/3월 21일경)전까지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해당될 때이고 우수(雨水)와 춘분사이에 있다. 초목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과 벌레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뜻에서 놀랄 경(驚)과 숨다/움츠리다의 칩(蟄)자로 경칩(驚蟄)이라고 쓰이고 있다.
개구리들이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까놓은 알을 먹으면 아픈 허리와 몸에 좋다고 해서 경칩날 개구리 알 찾기가 벌어진다.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한다. 토역(土役/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고,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하였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경칩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이때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씨뿌리는 수고가 없으면 결실의 가을에 거둘 것이 없듯, 경칩 때부터 부지런히 서두르고 씨 뿌려야 풍요로운 가을을 맞을 수 있다. 경칩날에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새 봄의 통통한 미나리 맛은 봄의 싱그러운 향수이며,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성병이나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데 아직도 고로쇠나무의 물은 애용되고 있으며 인기가 대단하다. 이처럼 경칩은 봄의 상징이며 한 해의 시작이었다.
누군가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하였다. 봄은 가히 청춘 남녀들의 계절이며, 이는 동서양과 동서고금이 같은 모양이다. 고대 로마에는 2월 보름께 `루페르카리아'라는 축제날에 젊은 아가씨의 이름을 적은 종이쪽지를 상자에 넣고 동수의 총각이 뽑아 짝을 지어 주는 신나는 사랑의 날이었다. 서양의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도 봄의 길목에 있고, 우리나라에도 은밀하게나마 연인의 날이 있었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바로 경칩(驚蟄)날이면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오늘의 초콜릿이 아닌 은행을 은밀히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 고유의 연인의 날인 셈이다.
은행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 사랑이 오가서 열매를 맺어 순결한 사랑의 상징이며,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였을 것이다. 옛 문헌 `사시찬요'에 보면 처녀 총각이 어두워지면 동구밖의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나눴다. 이처럼 사랑을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구상(具象)에서 추상(抽象)으로 승화시킨 우리 선조들의 풍류는 참으로 여유롭고 멋이 있었다. ▣
글 / 하중호 그레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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