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

2006. 10. 14. 05:26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추암일출

 

 

 

 

반드시 새해 새 아침에만

해를 찬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애인과

서로 평생의 반려를 약속하기 위해

그곳을 찾을 수도 있고,

잉태한 여자가 배 속의 아기를

씩씩하고 튼튼하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기 위해

그곳을 찾을 수도 있다.

무슨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의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그곳을 찾을 수도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있다.

골프공이 마음이 바라는 대로

날아가 주지 않을 때

처음에 배웠던 기본자세로 돌아가

자기의 몸과 마음을 점검하듯이

우리는 늘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괴로울 때도 처음으로 돌아가야 하고,

슬퍼질 때나 분노가 일었을 때나

탐욕이 나를 불태우려 할 때에도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처음에 학교에 입학했을 때처럼,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처럼,

친구나 애인과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처럼,

결혼 초야처럼 순수해지고 성실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해를 찬미하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해는 내 속의 탐욕을 태워주고,

분노와 슬픔과 죄와 벌을 녹여주며,

나와 세상의 갈등을 해소해주고,

화해하게 한다.

우울증을 없애주고

희망 세상을 보여준다.

 

 

 

 

 

 

마치 배터리가 떨어진

시계의 바늘이 제자리걸음을 하듯

자기가 하는 일의 진전이 없다 싶을 때

떠오르는 향일암으로

달려가서 충전을 할 일이다.

 

 

 

 

 

 

 

 

모든 것은 하늘을 향해 상승한다.
잡풀이 무성한 산야에 가보면 안다.

풀잎과 나무들이 햇빛을 받기 위해

얼마나 기를 쓰고

위쪽으로 위쪽으로 고개를 내밀던가.

 

 

 

 

 

 

 

나무나 풀들처럼 사람도 상승하려고 한다.

신분 상승을 꿈꾸고,

지상(至上)의 삶을 꿈꾸고 초월을 꿈꾼다.
산사의 탑과 교회의 첨탑도 해를 꿈꾼다.

 

 

 

 

 

 

  

 

한승원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