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9. 06:05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최근 인간의 자기 중심성을 아주 재치 있게 보여 주는 실험 하나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심릭학과에서 실시했다.
두 명을 한 조로 짝 지워 한 명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서 어떤 노래를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그 노래 제목을 알아맞히는 실험이었다. 이때 손가락으로 연주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곡명을 알려줄 수 없고 입으로 흥얼거릴 수도 없다. 오로지 손가락만으로 노랫가락을 표현하게 했다. 노랫가락 연주가 끝나면 청중격인 참여자는 노래 제목을 적고,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한 노래 제목을 상대방이 알아맞힐 확률을 적도록 했다.
연주자의 기대치와 청중의 정확도는 얼마나 맞아떨어질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주자들은 청중이 자신의 손가락 연주를 듣고 노래 제목을 알아맞힐 확률이 최소한 50%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청중이 제목을 맞힌 비율은 겨우 2.5%뿐이었다. 연주자의 손가락 연주가 잘못된 것일까?
이제 입장을 바꿔 청중이 되어 보자. 당신에겐 도무지 알 수 없는 무의미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 어떤 멜로디나 연주의 감흥도 느낄 수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저 '탁탁' 책상 치는 소리만 들린다. 그런데도 연주자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경험했던 그 환상적인 연주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한 것은 오직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한 것일 뿐, 다른 사람에게는 지극히 애매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사불통으로 인해 생겨나는 오해와 갈등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의 무감각과 무능력, 배려 없음을 탓한다.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라며 상대방을 추궁하지만 실상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들릴 수밖에 없다.
(최인철, ‘프레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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