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07. 10. 27. 18:40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오늘도 또 주책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남들은 지긋한 나이가 들어 하느님을 가까이 느끼고 눈물을 흘린다지만 저는 요즘 가슴이 쏴 하면서 울음이 나오는 때가 많은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호스피스 봉사를 간 날입니다. 처음으로 중환자실에 방문해서 환자들 머리 감기는 법을 배웠지요.


저보다 먼저 배우신 두 자매님들과 함께 휴대용 기계를 가지고 중환자분들 침대에 대고 머리를 감겨드리는 봉사입니다.

 

 

 

 

 

 

 

 

 

 

 

 

 

오늘은 총 세 분의 머리를 감겨드렸답니다. 마지막 2층에 들어섰을 때, 유난히 침울해보이는 할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렸습니다.


두 자매님이 붙어서 약간 길어 보이는 할머니의 머리를 정성껏 감겨드리고 저는 옆에서 잘 지켜보고 있었지요.

 

 

 

 

 

 

 

 

 

 

 

 

 

두 분의 손길이 할머니의 머리칼을 조심스레 지나가면서 차츰 할머니의 얼굴은 환히 밝아져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머리를 다 감겨드리고 나자 할머니는 말씀을 못하지만 입모양으로 연신 “고맙다 고맙다” 하시며 떨리는 손으로 직접 빗으로 머리칼을 빗어 넘기셨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 모습을 뵙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쏴 해지며 눈물이 솟아올랐습니다.

 

 

 

 

 

 

 

 

 

 

 

 

누가 볼세라 얼른 눈물을 훔치고 정성껏 할머니 머리를 손질해주시는 자매님들 옆으로 기계를 굴려 돌아나왔습니다.


일상에 지쳐 때론 하느님께 원망도 해보고 투정도 부려보고 더 달라고 아우성치고 삽니다만 진정 고맙다는 말씀을 자주 드리지 못했습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글/김강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