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6. 21:44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부자로 살기/윤세영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하다보면
유난히 감동을 잘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한 사람이 있다.
작은 것에도 감탄하며
즐거워하는 사람과 여행하면 덩달아 신이 난다.
그래서 한 가지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이것저것 설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무덤덤한 사람을 보면 힘이 빠져서
대충 살펴보고 돌아서게 된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이라고 볼 때
부여받은 시간과 공간은 비슷할진대
늘 감동하며 사는가 하면
늘 불만족스러워 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
부자로 산다는 것은 많이 누릴 줄 안다는 것,
즉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감동의 개념이다.
즐거우면 엔돌핀이 솟지만
감동을 받으면 엔돌핀의 4천 배인
다이돌핀이 솟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소유한 게 많아도 엔돌핀,
나아가 다이돌핀이 솟지 않는 삶을 산다면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때 ‘무소유’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무소유란 결국 큰 게임을 하자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이 세상 모두를
내 것으로 즐긴다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것만이 내 집이 아니라
내가 머무는 이 땅이 다 내 공간이고,
내 가족만이 나의 사랑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세상 사람 모두
나의 사랑이라는 열린 마음 말이다.
어디 매인 데 없으니 자유롭고,
자유로우니 자신도 타인도 구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또한 사는 게 즐겁다.
젊은 날에는 부자가 되는 길이
‘쌓아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비워가는 일’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것을 자식에게 대물림까지 하려는
욕심으로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
결국 내가 쌓은 탑이 자식에게는
제대로 의미전달조차 될 수 없는 바벨탑임을
모르고 끊임없이 쌓고 있는 셈이다.
글/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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