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과 잠자리 [대니얼 고틀립, ‘샘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2007. 11. 3. 05:34동식물 사진/곤충,양서류,파충류

꽃무릇과 잠자리

 

 

 비상등을 켜야 하는 이유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이었다. 포트 워싱턴에서 강연을 마치고 차를 몰고 오는데,

다리와 허리에 경련이 점점 심해졌다. 게다가 필라델피아 인근에서 가장 위험하기로 소문난

슈일킬 고속도로와 블루 루트를 타야 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차는 휄체어에 앉아 생활하는 내가 운전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됐지만

경련이 일 때는 바깥 차선에 붙어서 제한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달린다.

그러면 뒤따라오는 운전자들이 짜증을 낸다.

상향등을 비추거나 내 차를 추월하며 경적을 울리기도 한다.

 

 

 

 

 

 

 

공포의 블루 루트가 가까워지면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난폭한 운전자들을 또 얼마나 봐야 할 지 겁이 났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시도했다.

깜빡깜빡 비상등을 켜고 악명 높은 고속도로를 시속 오십 킬로미터로 천천히 달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경적 소리도, 손가락질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비상등을 켜서 “난 힘든 상태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알려 준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내 신호를 이해한 것이다.

때로 우리는 용감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받는 상황과 마주친다.

하지만 대게의 경우 강한 척, 용감한 척하지 않을 때 돌아오는 보상이 더 많다.

여리고 약한 사람이 자신의 비상등을 켜고 “제게 문제가 생겼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훨씬 안전한 길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대니얼 고틀립, ‘샘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