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아는가 모르겠다
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을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며
혼자 걷는 이 황야를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아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
그대 참으로 아는가 모르겠다
- 문정희 시인의 詩 <고독>
모딜리아니 그림 속의 사나이처럼
가는 모가지 위에 여윈 얼굴을 얹고있는
고독이라는 초상,
혼자 흘러와...혼자 무너지는,
종소리처럼
온 몸이 깨어져도 흔적조차 없는 이 대낮,
울 수도 없는 물결처럼...
그 깊이를 살아야 하는,
강물처럼 흐르는 生을,
황야처럼 넓은 生을,
혼자 살아가는 것 같은...
그것이 바로 고독의 느낌이 아닐런지...
인생이 고독하기로...혼자 흘러와 혼자 무너질까요?
한낮이 가는 것이 흔적조차 없어진다고,
온 몸이 깨어진다고...
얼마나 힘들고, 아프면
비가 안 와도 늘 비를 맞는 듯한,
뼈가 얼어붙는
얼음번개를 상상해 낼 수 있을까요...
사람 사는 길,
그 두려운 깊이를 쓸쓸하게 일러주는,
겹겹이 어둠으로 우리를 에워싸고,
춥고 적막한 지하의 밀실로 끌어들여
황량한 광야에 홀로 서 있게 하는,
길 잃고 마지막 샛길까지 가야 하는,
내장산
삶의 끝방에서
또한 영혼의 다락방에서,
조금씩 부서지며, 무너지며,
그러나,
끝내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고독이라는...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