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행복을 드립니다.(317호)

2008. 5. 11. 12:23카톨릭 이야기/영성의 샘물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녀로 태어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내로라하는 학벌도 없고 갖고 있던 재산도 없었지만,
자식들을 사랑하며 또 가정을 아끼셨던 그 마음과 손길,
힘들고 어렵게 수고한 땀방울의 산물을 먹고 자랐기에
그저 두고두고 감사의 빚을 갚을 일만 남았습니다.

저 혼자 나이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다가,
내가 나이 들어가는 만큼, 꼭 그만큼 더 앞서 가심을 깨닫는 순간이
이토록 가슴 아픈 줄 몰랐습니다.
때때로 가만히 사물을 응시하는 그 눈빛 속에서
우리를 키워냈던 무수한 시간의 역사를 회상하며
저 너머의 영원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
왠지 서글프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마디마디 연골이 삭고,
염색약으로도 감출 수 없을 만큼 늘어난 흰머리와
검버섯 핀 얼굴에 깊어진 주름 사이로
분명히 주님의 은총이 강이 되어 흐를 것이고,
행여나 마음속에 담고 있을 짐들,
아버지, 어머니의 삶 곳곳에 스며 있는 모든 잘못은
하느님 앞의 흠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굽이굽이 살아온 삶 안에서
각자 고유한 공덕을 쌓기 위한 서툰 몸짓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유독 인간을 사랑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하늘나라의 모든 천사들과 성인들의 힘 있는 도움을 받을 것임에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한다며
‘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자!’ 라고 하시던 말씀.
지상에서 남은 삶과 훗날 하늘나라에서의 삶까지 아우르는 약속이기에
하루하루의 기도가 소중하고 소중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주할 수 없기에
통교의 장인 기도에 사랑을 담아 하느님께 드립니다.
그리고 나직이 소리를 내어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