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약속
2011. 2. 24. 20:59ㆍ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복수초
봄의 약속/ 마종기
지난밤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갔었지?
산도 하나 넘고
배 저어 강도 하나 건너서
인연과 고통이 같은 것이라는
어려운 푯말만 읽고 헤어졌던가.
떠다니는 길에서 혼자가 되어
혹 연인에 취해 긴 잠이 들면
괜찮아,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지구의 가슴까지 이미 간 것을,
기다림과 황야가 같다는 것을,
누가 아니라 한들 섭섭해하랴.
살수록 추워지는 도시에 가도
긴 유언이 되어 움츠리지 않겠다.
내 뼈는 아직 너를 떠나지 않았다.
봄이 현란한 목소리로 웃고 있는 사이,
나이 든 구름이 하늘을 지나가고
아무도 믿지 않았던 그 약속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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