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주소는 이사를 하지 않는다

2011. 3. 4. 21:41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그리움의 주소는 이사를 하지 않는다 / 김명원

 

 

때때로 감추고 사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른 날 거리에 서면
  플라타너스, 예수의 앙상한 두 팔 사이로
  고요한 무덤처럼 걸리어 있는 은빛 태양이
  잊을 수 없는 그대 이름으로 빛나기도 합니다
 
  세월을 약속해 오던 시절이 소리없이 걸어와
  축축한 저녁을 어깨에 걸어주고
  괜찮아, 등 두드려 주기도 하지만
  먼 기억들은 그저 발바닥이 따뜻하도록
  아득할 뿐입니다
 
  우리는 단지 조금 알아가는 걸까요
  굽 낮은 구두 뒷발길에 걸려 넘어지는
  젊은 날의 환성과 희망 몇 조각이
  아직은 수선점에서 정성들여 못질되고 있으리라는
  지금은 흐려지는 시력을 호호 불며
 
  윤색되는 얼굴들에 애써 실핏줄 몇 개를 더 그려 넣지만
  뒷날 언제인가는 우리 모두 어깨동무하며
  살아왔던 옛 집에서 그리움의 등불을 밝히고
 
  나의 천박한 감수성에
  그대 눈부시던 눈물을 섞어
  한 잔의 차로 타서 나누어 마시며
  오래 오래 마주 앉아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으려니
 
  하니 기다리겠습니다 주소가 바뀌지 않을
  바로 이 마음에서, 소박하나 순결한
  詩안에서 아주 낮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추천 하시는 님의 손이 아름답습니다. ^0^

 

'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 > 좋은글과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볕이 되었거나 노을이 되었거나  (0) 2011.03.04
가슴에 핀 꽃  (0) 2011.03.04
선운사 동백꽃  (0) 2011.03.04
별이 되었으면 해  (0) 2011.03.03
즐거운 편지   (0) 201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