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의 풀/류시화

2005. 6. 10. 22:50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꽃사진과 좋은글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 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바람 부는 날의 풀/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