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오세영

2005. 6. 17. 13:43사진과 함께 좋은글과 시/좋은글과 시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6월 /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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